미지정

기업의 CSR vs CSV


CJ는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집중했을까?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봄직한 중소기업 브랜드가 있죠.

내용물이 새어나오지 않는 밀폐용기 브랜드인 락앤락, 내구성 강한 다이아몬드 코팅으로 유명한 주방기구 브랜드 해피콜 말입니다. 최근 홈쇼핑 채널을 보면, 이 제품들이 해외 주방기구 전시회의 메인 부스를 차지하고 있는 장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훌륭한 제품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CJ오쇼핑의 상생 전략이 숨어있던 것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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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오쇼핑이 해외 Hit 상품으로성공시킨 중소 브랜드 (출처 : CJ오쇼핑)

CJ오쇼핑은 자사 홈쇼핑 플랫폼이 진출해 있는 지역에 글로벌 상품 소싱 자회사인 CJ IMC를 설립, 2004년부터 우수 중소기업 상품의 해외 진출(중국, 베트남, 일본 등 11개국)을 지원해 왔습니다. 협력사의 상품이 해외진출을 하고자 하는 경우 수출, 통관들의 무역실무를 지원하는 방식이죠. 이를 위해 CJ오쇼핑 본사에서는 동반성장사무국을 통해 우수 중소브랜드를 지속 발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수 농가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TV방송을 진행하여 국내 판로를 개척해 주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은 일반적으로 재능 기부나 임직원들의 불우이웃 돕기와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과는 성격이 다소 다릅니다. CSR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로 ‘자선활동’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죠. 그런 반면, CJ오쇼핑의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상생 프로그램은 우수한 상품을 발굴하여 판매를 촉진, 매출 증가와 브랜드를 글로벌 쇼핑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투입대비 사회/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높여주는 경영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미래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같이하는CSV는 무엇일까?

CJ오쇼핑의 이런 경영전략을 설명해주는 경제용어가 있습니다.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는 경제/사회적 조건을 개선시키면서 동시에 비즈니스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견의 기업 정책/경영활동을 말합니다. (출처 :Wiki), 2006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마이클 포터가 발표하면서 등장한 이 개념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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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만을 다루는 CSR과 CSV는 ‘비즈니스와의 관련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CSR은 사회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하는 자선활동과 캠페인 등으로, 확장된 개념으로는 기업이 진출하고 있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와 이슈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더구나, CSR은 기부/후원을 위한 한정적인 예산 내에서 이뤄지고, 때로는 여론과 사회 정서의 문제로 기업활동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등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CSV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사회적 가치를 더 높이는 활동을 결합하는 방법입니다. 마이클 포터는 논문에서 공정무역의 사례를 들어 이 차이를 설명하죠. 가난한 농부가 재배한 농작물을 제 값을 받도록 해주는 공정무역은 CSR 관점에서 빈곤문제를 도와주는 선행이지만, 이것은 제한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일 뿐 파이 자체를 키워주지는 못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반면, CSV는 농법을 개선하고, 농부를 위한 지역단체 협력/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줌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과 소득 증가를 담보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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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간 780만명의학생을 170개국에서 교육, 엔지니어로 성장시킨 Cisco (출처 : Cisco 홈페이지)

이렇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전략적인 핵심자원을 확보하는 미래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로는 Cisco가 있습니다. Cisco의 핵심사업은 네트워크 장비를 다루는 하드웨어부터 가상화/클라우드까지 다양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Cisco의 네트워크 장비와 제품/서비스들은 고객이 직접 설치/관리하기에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더라도 제품을 판매/관리하는 네트워크 전문가와 엔지니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해답으로 Cisco는 Cisco Networking Academy라는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NGO와 UN산하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교육 서비스는 전문인력 부족과 신규시장 진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최적의 방법이었습니다. 아카데미가 설립되는 지역을 Cisco가 진출하지 못한 곳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빈곤층 청소년에게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잠재시장에 부족한 전문가 양성과 제품 판매/점유율을 높였던 것이죠. 1997년부터 20년간 16개 언어로, 2만명에 달하는 Cisco의 훈련된 강사들이 투입된 이 프로그램은 780만명이 거쳐갔고, 빈곤한 지역사회에 IT전문가로서 안정적인 수입을 가지도록 했습니다.



CSV는 오래된 개념, 그렇지만 IT기업에겐 새로운 기회

Cisco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IT기업에게 ‘지식 기반의 역량을 확대하는 CSV’는 주목할 만한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IT서비스와 솔루션의 지상 목표는 기업과 개인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재로서 비즈니스와 삶의 영역에 자리잡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CSV는 자사의 서비스가 개인에겐 중요한 소득의 수단이 되고, 그 역량은 기업과 개인에게 의미있는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IT기업에 딱 들어맞는 것이니까요.
이 모델은 어떤 측면에서는 ‘다단계’와 ‘피라미드’ 마케팅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Amway가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고,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브랜드로 평가받는 것과 같이, 결국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가 평가 결과로 나타나겠죠.

실제로 모든 IT기업에게 이런 CSV에 대한 기회는 열려있습니다.

Adobe가 운영하는 디자인 학교, Google Map이 제공하는 지역전문가 교육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요? 미래의 직업은 IT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을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심지어 예술가들조차 종이 위가 아닌 화면을 캔버스로 이용하는 것을 거북해 하지 않고 있거든요. IT서비스와 솔루션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서비스가 고객들의 지식 기반 역량을 향상시키고, 필수요소로 자리 잡도록 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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